Hyphen

[레포트]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디지털 전체주의로 나아가는 중국 본문

WORLDVIEW ANALYSES

[레포트]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디지털 전체주의로 나아가는 중국

PhilKimm 2020. 3. 24. 00:00


코로나19는 중국에게 있어서 ‘사회 신용 시스템(social credit system)’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아직도 그 기세가 등등하다. 2020.3.23(월) 기준으로 전세계 확진자는 349,211명으로 △중국 81,496명, △이탈리아 59,138명, △미국 35,224명으로 그 확산세가 대단하다.

 

출처: 존스홉킨스대학 홈페이지

 

코로나19의 발원지 중국 본토는 현지 당국의 통계를 기반으로 본다면, 이제는 누적 확진자수가 중국 밖이 중국보다 많고, 중국의 하루 확진자수는 급감하는 추세이다.(필자는 중국 공산당에서 발표하는 수치를 믿지는 않지만, 참고할 수 있는 공식 자료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중국도 외부에서 유입되는 확진자 수를 통제하기 위하여 출입국인에 대한 강력한 조치사항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신규확진자 그래프 (2020.1.26~3.22)

 

필자의 눈에 띈 지방정부 정책 소개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2020.3.21(토)에 발표된 중국 랴오닝성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외부 유입 방역을 위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자가격리 대상자가 자가격리 규율을 위반한 사실을 신고하면, 포상하겠다고 밝힌 바, 자가격리 규율 미준수자는 ‘사회 신용 시스템’을 통해서 신용 점수를 감점하는 처벌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랴오닝성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19 외부유입 차단을 위한 통보문. 출처: 랴오닝일보

 

사회 신용 시스템이란?

 

중국 국무원은 지난 2014년에 ‘사회 신용 시스템 구축 계획 개요 2014~2020(社會信用體系建設規劃綱要)’를 공표한 바, 이미 중국 여러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내년에 전면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여겨지는 이 시스템으로 14억의 국민들은 추적당하고 점수가 매겨져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 이 점수로 여행할 수 있는지, 직장에서 승진할 수 있는지, 자동차 혹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지가 결정되며, 심지어 자녀가 어떤 학교에 다닐 수 있는지도 결정된다. 정부가 ‘성실한 문화’를 만들고 ‘사회 전체의 신용 등급’을 향상하기 위한 도구로 소개한 이 시스템은 사실, 정권이 모든 이들을 상시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내놓은 또 다른 시책이다. 중요한 것은 2020년 올해에 전면 시행 예정인 것이다.

 

중국 지방정부 랴오닝성에서 운영하는 사회 신용 시스템 메인 홈페이지, 자신의 신용점수에 대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다음과 같다. 일부 지방정부에서 실시되는 사회적 신용 시스템에 따르면 모든 시민에게는 일단 1천 포인트의 점수가 부여된다.

 

이후 자원봉사, 헌혈, 위조문서 신고, 투자 유치 등의 '선행'을 한 사람에게는 가점이 주어지며, △교통법규 위반, △탈세, △산아제한 미준수, △계약 위반 등의 '악행'을 한 사람에게는 감점이 부여된다. 점수를 쌓아서 사회적 신용등급이 'AAA'에 이르면 전기료 감면, 무료 건강검진, 은행 대출 우대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점수가 깎여 'D'로 떨어지면 △공공 부문 취업 제한, △정부 보조금 상실, △은행 대출 제한 등의 불이익이 주어진다.

 

특히 법원 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고의로 채무를 갚지 않는 사람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비행기나 고속철 탑승, △고급 호텔 숙박, △자녀 사립학교 입학 등에서 제한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이러한 이유로 비행기 탑승이 금지된 사람은 1천700만 명, 고속철 탑승이 금지된 사람은 54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이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된 강화 조치 사항으로 중앙 정부의 지침을 위반하는 자가격리자의 신용을 강제 하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정치시스템 구축

 

 

사회 신용 시스템 구축의 일환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2019.10월에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중국 당국이 블록체인을 통한 '국가 통치체계 현대화'를 강조했다.

 

중국 사법·공안 분야를 총괄하는 당 중앙정법위원회는 블록체인의 특징과 관련해 "탈중심화된 (정보의) 분산 저장으로 공개적이고 투명해진다"면서 "정보의 왜곡 불가능성과 추적 가능성으로 안전해지고, 사람들은 서로 더욱 믿게 된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누군가 나쁜 짓을 하면 스마트 계약과 법률에 따른 이중 처벌을 받을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은연중에 신용을 지키는 것을 습관화하고, 최종적으로 사회 전체의 가치 신용 체계를 새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디지털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축도 중국 정부가 계획하는 사회 신용 시스템의 일환인 것이다.

 

 

사회 ‘신용’ 아닌 ‘감시’ 시스템

 

중국이 추구하는 사회 신용 시스템에는 ‘얼굴인식’ 기능이 주로 포함되어 있다. 중국은 사회안전을 이유로 얼굴인식을 통한 인증이 보편화되고 있는 국가로도 꼽힌다. ‘얼굴인식’ 기술을 중국 대륙 전역에서 정상적으로 사용되려면 빠른 속도의 5세대 이동통신의 상용화가 필요하다. 중국은 5G 상용화를 위해 이미 대규모 5G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2019년 9월 말까지 5G 가입자 1,200만 명을 유치하여 5G 상용화와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5G 가입자를 보유하게 됐다.

 

얼굴인식 시스템을 활용하여 탑승자들의 정보를 취합한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도시 곳곳에 설치된 수억 개의 CCTV 카메라나 공안에 보급한 스마트 안경을 통해 범죄자를 색출하고, 공중화장실에서까지 휴지를 제공하는데 절도 방지를 위해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한다. 중국은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얼굴 스캔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으며,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한 인구조사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명분 아래 자행되는 감시 시스템 구축인 것이다. 

 

 

현재 중국은 약 4억 1,500대의 감시카메라를 도처에 설치했고, 이 숫자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은 시민권을 보장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국가 차원의 사회 신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이미 ‘불법적으로 기독교를 전파한 자에 대한 처벌’한다는 법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글 ‘中 기독교 탄압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참고)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정부는 최근 얼굴인식 등 디지털 감시체계를 총동원해 코로나19 감염경로를 파악하고 확산을 막을 계획이지만 마스크 착용이 늘면서 얼굴인식을 통한 능동감시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분 또한 중국 정부는 단점을 보안한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해 사회 신용 시스템 강화에 힘쓸것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때 활용된 사회 신용 시스템

 

1.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아파트단지, 대형상점, 오피스빌딩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증 사용을 지시했다. 전자출입증은 스마트폰 스캔을 통해서 통행자의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위치 추적이 가능하며, 출입 시간 등을 상세히 기록함. 

 

2. 대중교통, 고속도로, 항구, 공항 등 이동시에도 정부에서 발급한 통행증을 제시해야 이동이 가능하고, 이동시 QR코드를 사용하여 탑승자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등록함.

 

3. 정부의 방역 조치 사항을 준수/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회 신용에 감점을 부여하는 처벌을 시행함.

 

 

아파트단지 출입때 사용하는 전자출입증

 

중국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분 하에 정부의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생체정보까지 활용해 코로나19 밀착감시 체계를 꾸렸다. 이러한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에 대해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조지 오웰 식의 디스토피아가 될지, 중국정부가 밝힌 대로 정직하고 조화로운 사회가 될지 모르지만 문화대혁명 이후 가장 야심 찬 사회공학 프로젝트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어떤 이들에겐 반가운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2014년에 발표한 사회 신용 시스템 계획이 이제는 마지막 준비단계에 이르른 2020년이다. 이제 앞으로 사회 신용 시스템이 완성되면 개인의 모든 걸 통제하는 빅브라더 사회의 ‘거대한 감시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앞으로의 중국의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자료

1. 中 ‘사회신용시스템’ 2020년 전면 시행···“걸리면 죽는다”, 아시아기자협회, 2019.12.29

2. "중국 '사회적 신용' 시스템, 정치적 악용 우려 커", 매일경제, 2019.02.08  

3. [차이나로그인]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과 개인정보 공개, 국민일보, 2019.4.2

4. 中 신종코로나 마스크에 "얼굴인식 안돼요!", 노컷뉴스, 2020.2.7

5. 중국 공산당, 홍콩 캠퍼스에 사회 신용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 BITTER WINTER, 2019.9.9

6. 中, 블록체인 통한 '국가통치체계 현대화' 강조, 연합뉴스, 2019.10.29

Comments